어느 프로 야구팀 감독이 있습니다. 팀이 연패를 하고 2011년 시즌이 끝나갈 무렵 전임 감독이 경질되면서 1군 수석코치로 있다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이 되자 팀의 우수한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가 되면서 타팀으로 가고 ,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면서 역시 몇몇 선수를 잃고 끝내 그해 시즌 7위로 마치게 됩니다.
그의 팀은 그때까지 6-6-6-8-5-8-7-6-6-7 ( 이팀의 지난 10년간의 순위를 말함) 이라는 마법에 걸려 10년간 포스트 시즌과 먼 팀이었습니다. 2013년 리그가 시작되면서 역시 그 팀은 전문가들 사이에 약팀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결코 프로야구 리그에 어떤 변수가 될 팀으로는 전혀 예상이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팀이 올해 파란을 일으키고 리그 1위가 되기도 하면서 끝내는 올해 2위로 리그를 마무리 했습니다.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16년 만에 리그 2위가 되었습니다.
그는 바로 엘지트윈스의 김기태 감독입니다.
지난해 7위 팀을 다음 해에 2위까지 끌어 올린 그의 리더십을 일컬어 ‘형님 리더십’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형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경기장 내외의 그의 언행을 몇 가지 보면 그의 리더십이 어떤 모습인지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1. 경기장에서 그의 지정석은 불편한 둥근 의자였습니다.
엘지트윈스 벤치에는 감독 자리가 따로 없다고 합니다. 더 편하고 큰 의자가 있지만 , 김기태 감독은 그 의자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의 자리는 오래 앉기 불편한 둥근 의자입니다.
‘감독이 무슨 의자에 앉든 경기만 잘 이끌어서 승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 오히려 불편한 둥근 의자에 앉아서 제대로 선수들을 리드할 수 없다면 차라리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작전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좋은 팀은 단순히 감독의 명령에 의해서 컴퓨터처럼 움직이는 팀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팀입니다. 감독의 역할은 좋은 작전을 만들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지만, 팀의 승리는 감독의 작전 만큼 선수들의 사기와 서로 간의 신뢰, 뜨거운 팀워크와 할 수 있다는 신념 등이 더 큰 요소로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작전 만큼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만들고 직 /간접의 지원을 하는 것도 감독의 몫입니다. 특히 엘지트윈스의 특징은 ‘ 신바람 야구’라고 할 때 이 신바람은 감독의 작전 사인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통 없는 카리스마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은 카리스마를 앞세운 강압적인 모습보다는 같은 눈 높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선수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더 필요한 시대입니다.
경기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오늘날의 시합에서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카리스마 있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감독보다는 소통을 통해서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리더십이 더 중요 합니다. 카리스마에 의해 움직이는 팀은 해당 선수들만 움직일 수 있지만, 소통에 의한 리더십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도 움직이고 팬들의 친구들도 움직이게 만듭니다.
좋고 편한 의자를 마다하고 가장 불편한 자리를 고집하는 김기태 감독은 바로 눈높이를 낮추는 소통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들보다 더 불편한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리드하는 감독, 스스로 감독이라는 권위주의를 벗어나 선수들과 하나가 되겠다는 일종의 김기태식 소통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김기태 감독의 노력의 결과는 그라운드에서 엘지트윈스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즌 끝 부분에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을 할 때 몇몇 선수들의 긴장된 플레이로 승리를 놓친 적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팀이라면 그 선수들을 원망하는 소리가 많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없고 오히려 동료들이 다독여주고 용기를 갖도록 해주는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소통은 선수들 각각에 용기를 부어 주었고 결국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후배 간에 서로를 다독이고 이야기를 하는 팀 , 감독이 인터뷰 때 물폭탄 세레머니를 하는 팀 평소에 친밀한 소통이 없다면 불가능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출처 : 이광용의 옐로우카드 2 [63회 ] LG의 이’바람’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http://bit.ly/195IDAN )
2. 팬을 말할 때 ‘사랑하는 팬들’ 이라고 말하는 감독입니다.
어느 구단 어느 감독이든 팬을 사랑하지 않는 감독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팬에 대한 생각은 유별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는 팬을 이야기 할 때 ‘사랑하는’이란 수식어를 넣습니다. 다음은 정규리그 두산과의 마지막 게임을 이기고 2위를 확정하면서 한 인터뷰의 내용입니다.
- 김기태감독의 인터뷰 ( 출처 : http://on.fb.me/17abUsg )
목사님 설교인줄 알았습니다.
프로야구 감독 인터뷰인데 제일 많이 나온 말이 감사, 사랑, 팬 이란 단어 들이었습니다.
팬들 앞에는 사랑하는 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세상에 어느 감독이 인터뷰 때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그의 팬을 사랑하는 모습은 SNS로 열린 새로운 시대에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이미 브랜드의 주도권은 팬들에게 넘어 갔습니다. 그 점을 프로야구 감독인 그는 뼈 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엘지 팬들은 11년 간을 기다려 오면서 진정 팀을 사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코 빈 말이 아니라 지금의 엘지트윈스는 10년 이상을 기다려 온 그 팬들의 성원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
김기태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기업의 CEO 들이 가져야 할 리더십이나 마인드를 보게 됩니다.
고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노력 ,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듣고자 자신을 낮추는 자세 ,
이런 것들로 인해서 선수들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게 되고 7위를 하고 약체로 평가 받던 팀을 리그 우승까지 넘보는 강팀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기업의 CEO 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할 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